“Part of the journey is the end.”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토니가 남긴 유언이다. 번역하면 '모든 여정에는 끝이 있어' 아님 '여정의 일부는 끝이야' 정도가 되겠다. 여기서 토니가 말하려던 여정은 무엇일까. "아이언맨"으로 시작되어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으로 마무리된 인피니티 사가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한낱 억만장자 군수기업 CEO가 우주의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다 세상을 위해 희생하여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한 자신의 여정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이중적인 뜻을 가지게 설계한 것일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그 문장의 두 번째 뜻인, 영웅의 여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조지프 캠벨 (Joseph Campbell)은 신화 종교학자이자 비교 신화학자다. 그는 온 세상에 퍼져있는 신화들을 연구하며 한 가지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했다. 거의 모든 신화에는 영웅이 등장하고 그 영웅들은 모두 무언가를 위해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정을 조지프 캠벨은 "영웅의 여정" (Hero's journey 혹은 Monomyth)이라고 이름 지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패턴은 고대의 영웅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닥터 스트레인지이나 해리 포터와 같은 현대의 영웅들에게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영웅의 여정들 중 가장 기본적인 틀을 살펴볼 것이다.
영웅의 여정에는 총 13개의 단계가 있다. 그리고 그 13단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진행되고, 계속 반복되어 보통 시계나 위 사진처럼 원으로 표현된다.
현재의 상황 (Status Quo)
말 그대로 영웅의 현재의 상황이다. 영웅의 성격이 될 수도 있고, 영웅의 직업, 혹은 영웅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행동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상황이 이 여정을 통해 변화될 수 있어야만 한다. 어벤져스를 예시로 든다면, 토니 스타크는 군수기업의 CEO였다. 그리고 나중에 토니는 여정을 통해 영웅으로 성장하게 된다.
모험의 부름 (Call To Adventure)
이제 모험의 시작이다. 영웅은 신비스러운 메시지를 받거나 이상한 징조를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게 자신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지만, 영웅은 앞으로 나아간다.
도움 (Assistance)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고 해도, 완벽하지는 않다. 아직 영웅이 되지 않았기에 이 단계에서 그는 보통 나이가 많거나 지혜로운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 그 도움은 무기가 될 수 있고, 무언가에 대한 깨달음일 수도 있다. 여기서 받은 도움으로 영웅은 자신의 여정을 진행한다.
모험의 시작 (Departure)
영웅은 도움을 받고 이제 모험 속으로 떨어진다. 말 그대로 ‘모험’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놓여질지 모르지만, 영웅은 안전한 자신의 집과 세상을 떠나 특별한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역경 (Trials)
특별한 세상과 달콤한 낙원을 맛보는 것은 모험이 아니다. 영웅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역경들을 이겨낸다. 자신의 앞길을 맞서는 악당들을 물리치고, 함정을 피하고, 미궁을 빠져나온다.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에서는 이 부분에 복선을 깔아놓는다. 예를 들어 이야기의 비교적 앞에서 물리친 악당이 실제 메인 악당이 되어 마지막에 주인공과 싸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은 반전을 좋아한다. 그러니 그 영화나 책을 보는 사람들은 복선을 잘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접근 (Approach)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영웅은 이제 자신의 여정의 위기로 다가간다. 이 단계에서는 영웅이 자신의 겪은 역경을 통해 어떤 걸 알아내는 것이 대다수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능력을 통해 알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위기 (Crisis)
영웅의 여정에서 스토리 구조상 영웅이 지나가야할 가장 암울한 부분이다. 영웅은 자신의 최대의 공포와 악당과 맞서 싸워야 한다. 영웅은 계속 싸우지만, 그들의 힘이 너무 강해 이기지 못한다. 영웅은 대부분 이 부분에서 죽음을 마주한다. 혹은 정말 죽기도 한다.
보물 (Treasure)
죽었던 영웅은 보물을 얻어 환생한다. 지쳐 쓰러져있던 영웅은 초인적인 힘을 얻는다. 여기서 보물은 물질적인 것들 뿐만 아니라 영웅의 의지, 깨달음, 결심도 포함한다. 무언가가 영웅이 힘을 얻게 만든다면, 그건 영웅의 보물이다. 이 보물로 영웅은 마침내 자신에게 맞서던 악당을 물리친다. 그 악당을 물리친 후, 영웅은 또 다른 힘을 얻거나, 물질적인 보물을 얻는다.
결과 (Result)
모든 영화나 책들이 다 다른 결말로 끝을 내는 것처럼, 이 부분은 이야기마다 다르다. 새로운 악당이 등장하여, 특별한 세상을 탈출하려는 영웅을 쫓기도 하고, 어떤 영웅은 당당히 특별한 세상을 걸어 나오기도 한다.
귀환 (Return)
영웅은 자신의 모험을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자신이 모험을 하러 집을 비웠을 때 생겼던 작은 사건들이 영웅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웅은 자신의 얻은 보물을 가지고 그것들을 쉽게 이겨낸다.
새로운 삶 (New Life)
영웅은 모험을 통해 성장하였으며, 더욱더 성숙해졌다. 이제 영웅은 영웅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해결 (Resolution)
영웅과 관련된 모든 사건들과 모험이 해결된다. 마침내 평화가 찾아온다.
새로운 상황 (New Status Quo)
다시 영웅의 현재의 상황이다. 그러나 영웅은 한 단계 성장하였다. 영웅은 자신의 여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며 변화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모험의 부름을 받는다. 아까 말했듯이, 영웅의 여정은 계속 반복된다.
영웅의 여정인 13단계가 왜 중요하나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먼저 영웅들은 우리의 삶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바로 영화다. 해리 포터 시리즈나 헝거 게임 시리즈 등. 또한 여러 가지 소설도 있고, 신화, 만화책도 있을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들은 영웅들의 여정을 지켜보며, 어떤 걸 배우기도 하며 그들을 롤모델로 세우고 그들의 삶을 따라가려고 한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들의 평범한 삶도 영웅의 여정을 따라가지 않는가. 학교나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며 여러 가지 역경을 겪으며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어떠한 도움과 보물을 찾고 다시 시작하여 더 나은 사람으로 나아가는 이 여정. 우리들의 삶에 이런 여정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들 모두는 영웅인 것이다. 타노스와 맞서 싸우는 토니만 영웅이 아닌, 삶에 놓여있는 역경들과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그리고 그 여정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반복된다. 그게 바로 영웅의 삶인 것이고 우리들의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