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시사거리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나 살기 바쁘고, 내 사람들 챙기기 바빠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혹은 요즘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 무지했다. 사람들이 연예인이나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그래? 하고 가볍게 넘기기만 했으며, 나라에서 이런 저런 일이 생겼을 때는 일어났던 날보다 훨씬 후에 그것을 알곤 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일수록 사회가 난잡해졌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이 모든게 태풍의 눈과 같다고 생각했다.
예전과 다르게 사람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 법을 배웠다.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일궈 내기위해 몸소 보여줬으며, 각 개인이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혹은 남을 보호하기 위해 싸웠다. 누군가는 그걸 소음이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그걸 절박함이라고 말했다.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 여기 실존하는 모든 사람들이 은연중에 알고 있을것이다. 더 이상 숨기지 않으며, 폭로하고, 선동하고, 어떤게 실존하며 어떤게 존재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이것이 좋은 변화인지 아니면 그저 또 다른 흙탕물 인지는 아직까진 아무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얼마전 친구들과 나간 시내에서 아주 즉흥적으로 영화 “조커” 를 보러갔었다. 한창 흥행중이라며 DC 코믹스에서 아주 있는 힘을 갈아 만든 영화라는 대목을 보자마자 한치의 거리낌 없이 티켓을 샀던 게 기억이 남는다. 내 기억속의 조커는 히스레저가 다크나이트에서 보여줬던 순수한 사회악 그 자체였는데, 그때는 사실 왜 사람들이 조커에 열광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를 보던 내내 그저 히스레저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과 그저 조커가 가지고 있던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오히려 더 무자비했던 모습들만이 인상깊었고, 그가 했던 모든 행동들에 대해서 나는 아직 영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극적 장치” 등으로 밖에 치부하지 않았다. 그게 내 오만이고 편견이였다는 것은 이번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 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만감이 교차했고, 그 감정들은 절대로 편한 감정들이 아니였다. 분노, 안타까움, 비통함, 절망. 아마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놓아도 영화 속 피닉스가 보여준 그의 삶을 설명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할 것이다. 불행 끝엔 꼭 행복이 온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듯이 그의 삶은 그를 더 큰 불행속으로 밀어넣었다. 자신의 의지완 다르게 어렸을 때부터 웃으라는 말에 강박이 생겨, 끝없이 웃음을 토해내야만 하는 모습은 정말 괴기스럽다고밖엔 느껴지지 않았다. 조커가 보여주는 사회의 냉혹함과 잔인함. 왜 그가 결국엔 완전한 사회악이였던 “조커”가 되어야 했고, 어째서 극악무도한 살인자가 되어야 했는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폭력만은 저지르면 안된다, 혹은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 라는 말을 왜 그는 지키지 못했는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영화에 나는 그 영화가 끝나고 나와서도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누구의 잘못일까. 그에게 평생동안 비밀을 숨기고 산 그의 양어머니, 그를 그저 자신들의 놀잇감으로 상대한 동네 아이들, 그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를 탓하던 고용주, 그의 고민거리를 듣지도 않던 상담사, 혹은 그를 조롱하고, 비웃고, 멸시하던 수많은 ‘사람들.’ 이 수많은 사람들 중 조커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져버리고, 학대하고, 처절하게 무너뜨리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울음을, 그 우울을, 비명을 들어주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조커는 그 무수히 많은 조롱꾼들과 배반자들과 방관자들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이룬 집단을 우리는 ‘사회’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모두 조커를 완전한 ‘사회악’ 그 자체라고 부르지만, 막상 그 악이 탄생하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조커가 하여금 자신의 위태로움을 끝없는 웃음속에 숨기게 만든 장본인은 누굴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선택지를 웃음으로 밖에 못내게 하는건 대체 누구로부터 비롯된걸까. 결국 그런 것이다. 조커에게 열광했던 영화 속 시민들이 죽어라 외치던 “We are all clowns. (우리 모두는 이 시대의 광대들이다).” 결국 우리 또한 그 말에서 자유롭기 힘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