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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공식포스터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서울에서 열렸던 전시회의 이름이기도 했던 이 한문장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매우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말 그대로 정말 날씨, 그 자체를 물어보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비유적 표현으로 우리의 상태 혹은 기분을 날씨에 빗대어 물어본 걸 수도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새해의 첫 시작, 혹은 끝 마디에 자연스레 과거를 떠올리는 앳된 습관이 있다. 과거를 돌이켜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 소망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을 별로 탐탁치 않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 사이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 전까지의 기록들을 모조리 돌이켜본다는 것이다.

문득 다사다난했던 이번해의 끝무리에서 기록한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남았다. 기록을 하는 궁극적 의미와 그로인해 우리가 얻는 것에 대해. 추억이 깃든 물건들은 왜 소중하게 느껴지며, 특별했던 일들은 어째서 돌이켜보면 그저 하나의 사건정도로 밖에 취급되지 않는건지. 어쩌면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걸 수도 있고, 그저 본능에 이끌려 하루하루를 기록해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혹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심리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작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저 기록의 겉핥기식 의미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이번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린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의 작가들의 전시는 보다 더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은 모든 감각을 날씨와 연관지어 기록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날씨와 감정의 연결선을 통해 그들의 남다른 감각과 시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날씨라는 독특한 주제에서 시작된 이 전시는 총 세 가지 챕터로 나누어져서 이뤄졌다. 첫 챕터에서는 날씨가 말을 걸고, 두번째 챕터에서는 날씨와 대화를 하며, 마지막 챕터에서는 날씨를 기억하면서 전시가 마무리 지어지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전시는 이름만큼이나 크게 흥행했다. 마치 날씨가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는 인격체라는듯, 색다른 접근으로 작가들은 제 각각의 개성을 살린 전시는 오픈 당일에 전표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날씨가 말을 걸다>는 햇살, 눈과 비, 그리고 어둠이라는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된 챕터이며, 그 안에서 날씨에 대한 심도있는 해석과 작품들을 선보여 사람들과 날씨 사이의 친밀감을 다지게 만들었다. 그 후에 이어지는 <날씨와 대화하다> 에서는 직접 사람들이 자신의 오감을 이용해 날씨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으며, 마지막인 <날씨를 기억하다> 는 사람들의 삶과 날씨를 밀접한 관계에 두고 포토 다이어리와 일상의 기록들을 전시해 때론 문학적으로, 때론 시각적으로 다양한 전시를 내보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다채로운 색감과 약간의 예술성, 그리고 끊임없는 날씨에 대한 기록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어떻게 변화시켜가는지, 혹은 얼마나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되묻고 또 돌이키게끔 유도했다. 곁곁이 넣어둔 문학적 문장들과 격언들은 어떤 이에게는 조그마한 위로를,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기분 좋은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그들의 예술작과 기록을 통해 어쩌면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한 발자취를 다시 한번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으며, 더욱 우리의 본래 감정에 조금 더 충실할 수 있는 기회를 잠깐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

기록은 본디 과거에 있던 사실을 적어놓는것이라고 사전은 명시한다. 하지만 현시대에서의 기록은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그날 그날의 사실만을 적어놓는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마저도 곁들여서 기록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이유는 사실 여기에 있다. 다들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게 어른스럽다고 생각하며, 감정을 태초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여긴다. 진실되지 못하고 속된 삶을 살아가는게 제대로된 사회인이라고 판단하며, 자신이 느끼는 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용기있다, 혹은 눈치가 없다 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미숙해졌다. 그것을 속에 담고, 속이 문드러지고 삼킨 말들이 곯을때까지 사람들은 입을 열지 않는다. 이 전시는 그런 미숙한 이들에게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면, 기록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때론 백마디 말보다 적어내려가는 한 문장이 더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다. 자신의 날씨는 어땠는가. 대체적으로 맑았는가, 아니면 하루종일 폭풍우마냥 혼란스러웠는가. 아니면 혹 눈에서 저도 모르게 비가 내리지는 않았는가. 햇살이라고 생각했던 하루가 사실은 어둡지는 않았는가. 어쩌면 날씨는 우리의 감정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놓아져 있을 수도 있다. 변덕스러운 하루가, 원망스럽거나 감사하지는 않았는가. 이쯤에서 정리해보자면, 그 모든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밤이 있기 때문에 낮이 있고, 비가 오기 때문에 다음에 오는 하루가 더 맑듯이, 우리의 날씨는 흐렸다가도 밝아질 수 있고, 맑다가도 어두워질 수 있다. 그것들을 기록해놓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우리를 제일 잘 돌아보고, 자신을 이해하고 알게 되는 가장 진실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매우 터무니없게도 화자는 오늘, 당신의 날씨가, 그리고 당신의 미래가 모순적이게도 맑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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