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달로 기억될 수 있는 4월은, 어느 누군가에게 있어서 듣기만 해도 아릿해지는 달이다. 마음이 아려오고, 슬퍼하고, 위로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은, 바로 제주 4.3 항쟁 당시 생존자들과 유가족이다. 제주 4.3 항쟁은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봉기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그릇된 사람들로 인해서 무고한 희생자들이 생겨났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게끔 만든 이 사건을, 사람들은 아직도 마음에 품으며 살아간다. 그런 그들의 무거운 감정을 감히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이번 알뜨르비행장에서 개막을 알린 다시, 알뜨르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었다. 그들의 상처를 없애진 못해도 함께 아파할 수 있다는 뜻으로 모인 이 프로젝트는, 전쟁과 역사 속에서 상처를 간직한 알뜨르비행장에서 예술 관련 행사를 통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겠다는 말 아래에 개막되었다.
다시, 알뜨르에서 주의깊게 보아야 할 점은 바로 전시된 모든 작품들이 제주도의 국제학교 학생들로부터 비롯됬다는 것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특이하게도 다른 전시회와는 다르게 전문 디자이너나 화가가 아닌 현재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이다. 전문적인 전시회와는 다르게 군사요충지로 사용되었던 격납고 안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은 저마다 형형색색 어둡고 암울하기만 한 격납고 안을 환하게 밝힌다. 이 또한 하나의 화합인 셈이다. 그렇게 다시, 알뜨르는 기존 제주 비엔날레였던 알뜨르 프로젝트를 리부팅 한 프로젝트로, 다시 한번 제주 4.3 항쟁을 기억하겠다는 의미에서 제주 도립 미술관의 도움 아래에서 더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도립 미술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에서 다시, 알뜨르는 지난번 개막했던 알뜨르 비엔날레보다 더 풍성한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는데, 참여진들과 관람객들의 보다 더 많은 참여를 위해 아트 플리마켓도 함께 진행했다. 여러 부스들은 제주도에서 이른바 네임드로 알려지는 어라운스어스(Around Us) 와 그 외의 여섯개의 팀이 참여해 제주를 대표하는 제 각각의 디자인으로 물품을 판매했다. 그 부스들에서도 전시작을 출품한 학생들의 그림을 국제학교 학생들이 직접 판매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캠페인도 같이 진행되었으며, 격납고 전시회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혜택과 함께 학생들의 그림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접할 수 있었다. 플리마켓 외에도 자전거 투어, 도슨트 가이드, 그리고 서경덕 교수와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어 관람객들로 하여금 제주 4.3항쟁 당시의 역사를 더욱 뜻깊게 배울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픈 역사는 잊어지기가 힘들다. 무릇 그 상처가 깊게 패여 시간이 지나도 아픈 역사는 지워진다는 표현보다는 덮혀서 잠시 망각할 수 있다는 정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더 굳건하고 강인해질 수 있듯이, 그런 역사마저도 안고 기억하며,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준 순직자분들과 희생자분들을 기리고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분들에게 보일 수 있는 최대의 예(禮)가 아닐까.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