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하면 떠오르는 ‘그것’ - 올해의 색깔 편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적당한 소유욕과 소비에 대한 열망은 수집이라는 명칭 아래에 흔한 취미생활로 분류되었다. 바쁜 사회를 살아가는 외로운 이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취미로, 혹은 장식용으로 시작되는 이 수집이라는 취미는, 수집이라는 단어에 미칠 광(狂) 자를 붙혀 ‘수집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그 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수집의 현대판 표현은 아마도 ‘덕질' 일 것이다. 이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몰두하여 그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진이나 피규어를 모으는 등의 활동을 의미하는 청소년들이나 20대 초중반의 젊은 층 사이에서 주로 사용되는 신조어로, 금새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가 이제는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거나, 물건들을 모으는 것을 흔히 ‘덕질한다' 라고 표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수집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난 만큼 그들만의 수집물도 가지각색인 가운데, 독일의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쉽게 수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색깔맞춤’ 이라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렇다면, 하고 많은 수집 중에서 왜 색깔맞춤이 그 중 제일로 발탁이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그를 수집하기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색깔 혹은 스펙트럼을 정해 물건을 수집한다면, 만화나 아이돌처럼(물론 지금은 연예계 시장이 커져 수요와 공급이 웬만한 것들보다 넓다) 수집할 수 있는 영역이 크며, 자신의 ‘퍼스널 컬러', 즉 자신의 정체성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색깔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깔맞춤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이 색깔 수집의 시초를 연건, 다름 아닌 어느 특별한 연구소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그 시작을 색깔로 알리는 특별한 연구소가 있다. 이른바 바로 팬톤 (PANTONE) 컬러 연구소이다. 매년 팬톤 컬러 연구소의 전문가들은 새해마다 그 해에 맞는 색깔을 선출해 ‘올해의 컬러' 를 세상에 선보이는데, 그 색깔들은 ‘올해의 컬러' 라는 분류명에 맞게 엄청난 컬러붐(Color Boom)을 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컬러로는 로즈 쿼츠(Rose Quartz) 와 세레니티 (Serenity)가 있다. 오묘한 분홍과 탁한 계열의 파란색이 만나 어우러지는 생각지도 못한 색의 조합에 문구점, 서점 뿐만 아니라 세븐틴(Seventeen)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정규앨범과 공식색으로 발탁이 될 정도로, ‘올해의 컬러'의 위력은 상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대단함을 입증했다.
2016년에 선출한 로즈 쿼츠와 세레니티가 예상 외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후로, 2017년 ‘올해의 컬러'는 대중의 큰 기대 속에서 발표되었다. 평소에도 컬러덕후들에게 제일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보라색이지만, ‘올해의 컬러' 답게 그 이름마저도 흔치 않았다. ‘울트라 바이올렛(Ultraviolet)' 이라는 또렷한 색상명을 가진 이 색은 연구소의 이사인 리트리스 아이즈먼의 “우리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울트라 바이올렛 PANTONE 18-3838 본연의 색상은 이러한 창의적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푸른빛 바탕의 보라색이며, 우리의 지각 능력과 잠재력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인도한다”라면서 “신기술과 광대한 은하계에 대한 탐닉에서부터 예술적 표현과 정신 세계의 반영에 이르기까지 직관적인 울트라 바이올렛은 다가올 미래의 방향을 밝혀준다” 라는 말과 함께 세계의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팬톤은 울트라 바이올렛을 ‘창의력의 영감을 불어넣어주며, 지각능력과 잠재력으로 높혀주는 색' 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보라색은 마치 은하수와 우주의 색깔을 섞은 듯한
색으로 다른 색들과는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강하다’ 라는 표현보다는 ‘신비롭다’ 라는 표현이 더 걸맞는 이 울트라 바이올렛은 발표가 되자마자 세계적인 디자인 어플회사 어도비의 배경화면색으로 지정되기도 하였으며, 올리브영이라는 멀티뷰티샵의 행사상품을 포함해 많은 디자인들에 사용되었다. 이번 해의 컬러인 ‘울트라 바이올렛’은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를 넘어서는 컬러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하는 바이다. 올해의 컬러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팬톤의 공식 인스타그램과 공식 사이트를 찾아가 울트라 바이올렛을 사용한 다양한 디자인들을 볼 수 있고 또 구매할 수 있으니 만약 무언가를 수집하길 원하지만 아직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면, 팬톤이 지정해준 올해의 컬러, 울트라 바이올렛을 ‘덕질’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심심한 추천해본다.
공식 사이트: https://www.pantone.com/pci